은혜게시판

제목신암문화원 연찬회(7월 9일 토요일 한신대신대원 예정)발제문-김정훈집사 백소양 2011-07-022021-12-15 13:15

신암문화원이 그려야 할 밑그림, 선교와 봉사의 조화

                                                                                                              
                                                                                                                    
 신암교회가 신암문화원을 설립하면서 희망찬 문화 선교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오랜 역사의 신암교회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유구한 역사에 걸 맞는 크기의 것이 아니었다는 스스로의 반성과 긴 시간을 정체된 상태로 지속되어온 교회의 모습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는 각성의 결과일 것이다. 이 취지에 공감한 교인들의 적극적인 헌금 의지에 힘입어 신암문화원은 큰 걸림돌 없이 그 첫걸음을 힘 있게 내디딜 수 있었다.

이처럼 희망차게 시작한 우리의 선교 사역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시작에서부터 신암문화원의 밑그림을 충실하게 그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 밑그림을 선교와 봉사의 조화에 두면서 이 글의 논지를 펼쳐 나갈까 한다. 그러나 선교의 부분은 내가 이 글에서 언급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현대사회에서 문화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문화원 본래의 기능에 한정된 범위에서의 신암문화원이 나아갈 방향을 나름 제시해 보면서 이것이 신암문화원이 그려야 할 밑그림의 완성에 일조를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라서 이 글이 반쪽짜리의 어설픈 글이 될 수밖에 없음에 속 깊은 이해를 구하면서 다음과 같이 나의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1.서언-현대사회의 특성과 문화의 위기


이른바 '후기산업사회(post-industrial society)'라 일컫는 현대사회는 생산성의 중심이 공업에 있었던 산업사회와는 달리 지식, 즉 노하우와 서비스가 중심인 사회로서 앞선 산업사회의 기술적 발전 요소를 유산으로 계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앞선 시대와는 구별되는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것이 뚜렷한 실재로서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징후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시대가 불확실성과 모호함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또한 현대사회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후기산업사회'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의 징후적인 국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이들 개념들이 공통적으로 진단하는 현대사회는 "근대적 믿음의 역사를 형성했던 거대 이념들이 에너지를 잃어버린" 시대이다. 다시 말하자면 근대사회의 계몽주의적 사고와 합리적 가치관이 산업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의문시되었고, 산업사회가 심화, 발전된 양상으로 계승된 후기산업사회에 이르러 이와 같은 현상은 "문화의 기반을 이루는 에너지, 상상력, 규율의 소멸"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문화적 에너지의 고갈은 '후기산업사회'의 주창자인 다니엘 벨에 의하면 후기산업사회에 있어서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산업 생산에 있어서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켰는데 이 변화는 산업 전반에 있어서 재화 생산의 비중이 점진적으로 감소한 반면, 서비스 부문이 점차로 중심적 의미를 획득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 이러한 변화의 결과, 산업사회에서 자본주의가 지켜온 고유한 윤리, 즉 막스 베버가 묘사한 바 있었던 생산 지향적 윤리는 공동화되고, 윤리에 기초한 생산 위주의 자본주의에 적대적인 향락주의가 그 자리를 대신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이와 같은 세속적 향락주의는 개인주의를 심화시키며 사회 공동체를 파편화시키기에 이른다. 더불어 후기산업사회에 있어서의 개인의 삶은 상품의 공세에 순응하는 소비 지향적 성격을 띠게 된다."고 현대사회를 진단하고 있다.

현대사회의 특성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불충분하고 현대사회의 복잡한 성격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설명이지만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한 시대를 표방하는 거대 담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윤리, 종교와 같은 절대적 가치가 그 영향력을 잃어가는 현대사회는 진리와 허위, 선과 악 등 대조적 가치의 구별이 용이하지 않고 그 가치조차 모호해지는 양가성(ambivalence)에 노출된 시대이며, 후기산업사회가 심화될수록 강화되는 교환 가치는 모든 문화적 가치를 부정하고, 고유 가치를 언제나 교환이 가능케 하는 무차별성의 상태를 초래하게 한다. 이처럼 고유한 문화적 가치가 서서히 붕괴되어가는 위기적 상황 하에서는 "가치들의 보편타당성과 일반화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의문시" 되기에 이르고, 가치의 특수화 경향-문화 다원주의, 극심한 개인주의와 같은-이 두드러지게 된다.


2.위기의 극복-문화의 대중화와 지역문화의 활성화


이와 같이 '후기산업사회'라 지칭되는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에 의한 산업사회가 말기적 국면에 도달한 시대로서 그 특유의 무차별성을 제어할 적절한 방안이 없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불확실성과 모호함에 스스로를 내던진 위기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위기적 상황들을 우리 사회의 포괄적인 민주화로의 이행에 의해 해결될 수 있으리란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관심을 끄는 한 가지는 집단 주체에 의한 사회운동의 중요성을 강조,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해소하는 동력을 여기에서 구하는 방안을 들 수 있겠다. 이 견해는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횡적 연대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측면에서 보다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이 견해는 첫째, 특히 관료화되지 않은 시민운동, 사회운동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요즈음의 상황과, 둘째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폭넓은 공유와 상위 개념의 문화에의 접근이 용이해짐과 아울러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의 간극이 좁혀진 현실 상황이 어울려 이를 활용한 연대의 형성과 작용 가능한 실질적 힘의 배가를 통해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해소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화의 대중화와 더불어 또 하나 그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으로 지역문화의 활성화를 들 수 있겠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글로벌화 된 시대의 문화는 획일성으로 빠지기 쉽고 그에 비례하여 탄력의 소실에도 취약하기 때문에 글로벌화 된 문화에 활력을 주는 매개로서의 지역문화의 활성화는 그 중요성이 적지 않다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시야를 우리나라 로 한정하여 좁혀보면 수도 서울의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춤한 문화 활동의 전개와 정착이 이루어진다면 그만큼 우리나라 전체의 문화 활력의 증진과 문화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특히 각 지역에 소재한 문화 센터 및 문화원(이하 문화원으로만 표기)을 활용한 지역 커뮤니티의 형성은 좁게는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넓게는 위에서 언급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해소하는 능동적 행동의 기초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터넷의 발달에 의한 정보의 공유와 지역문화의 활성화, 문화의 대중화는 정치적 의미로 국한되지 아니한 포괄적인 민주화를 가능케 하고, 현대사회의 위기적 상황을 극복할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란 기대를 가지면서 이제는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구심적 기능을 담당해야 할 지역 문화원의 바람직한 운영 방법을 살펴보아 이 글의 취지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아니라 근접 가능한 실질적 방안을 찾아보기로 하자.


3.지역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문화원의 운영 방안


무엇보다도 먼저 상업적 이윤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지역 문화원의 경우 재정의 자립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관할 구청이나 지역 종교 단체에 의해 운영되는 문화원은 그 설립의 목적이 이윤의 창출에 있지 않고, 지역민을 위한 복지나 봉사에 그 목적을 둠으로써 자칫 개설 강좌가 다양하지 않고 한정적이 되거나, 그 운영에 전문성의 부족을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모 기관의 재정 상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문화원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을 구성함에 있어 심리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고, 모 기관의 어느 부서에 소속되어 독립성이 떨어질 때 행정이나 프로그램의 기획과 같은 고유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아무래도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한 문화원이 지역 내에서 자신 만의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도 공신력을 가진, 경쟁력 있는 문화원이 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재정의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서 문화원이 독립된 법인으로서 재정의 자립도를 유지하면서 이윤을 지역민에게 되돌릴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과 같은 형태로 운영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와 같은 형태의 문화 선교를 일찍이 시작한 교회 중에서 재정의 자립도를 이룬 사례가 없는 만큼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아무리 큰 것일지라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닌 만큼 이를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언급할 것은 문화원의 강좌를 수강한 지역민으로 하여금 수강 강좌를 매개로 한 커뮤니티를 스스로 구성케 하고, 문화원을 구심점으로 해서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문화원에서 사물놀이 강좌를 이수한 팀이 있다고 하자. 이들이 문화원에서 배운 사물놀이를 단순한 취미의 차원을 넘어 이웃을 위한 봉사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이는 그들로 하여금 단순한 문화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화 생산자로 그 역할이 전환되는, 그래서 보다 능동적인 입장에서 지역 문화의 활성화에 한 축을 감당하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며, 문화원은 연습실, 공연 장소의 제공 등과 같은 지속적인 후원으로 그들의 활동을 고무, 유지케 하여 지역 문화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신암문화원 내에서도 어린이도서관 '토끼와 거북이'가 독서 동아리를 결성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성 아카데미도 지금의 단품특강 모음의 형태가 아닌 가야금 교실과 같은 장기적 형태의 강좌를 늘려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어린이 놀이학교는 책을 매개로 한 어린이 도서관과는 달리 구심적 매개가 불명확하고, 여성 아카데미와도 달리 스스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없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분명하기에 환경 교실의 정기적 개설을 통한 구심점의 형성과 장기적으로는 어린이 앙상블, 어린이 극단 등을 결성, 어린이의 재능 개발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계획하여 이를 상설화하여 커뮤니티의 형성을 유도키로 할 생각이다.

끝으로 개설 강좌의 선정이나 연간 예, 결산의 확정과 승인 등 문화원의 운영에 지역민이 능동적으로 참여케 함으로써 비영리법인으로서의 문화원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문화원에 대한 지역민의 주인의식을 고취, 문화원이 지역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지역민이 문화원을 이용하는 수혜자임과 동시에 마치 사회적 기업의 주주처럼 문화원의 설립 기관과 더불어 문화원 운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지역민에 의해 운영되는 문화원의 모습이야말로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비영리 문화원의 궁극적인 모습이 아닐까 한다.


4.결언-신암문화원의 지향점


이 글의 모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신암교회는 전 교인의 열망을 모아 신암문화원을 건립하고 지역 선교의 사역을 감당하기 위해 차분하면서도 희망찬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우리가 문화 선교의 첫걸음을 내디딘 이상 우리는 문화 선교의 뚜렷한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필연의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의 복잡성은 신암문화원의 지향점이 한 가지 목적에 맞추어 있지를 않고, 이 글의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문화원 본래의 기능과 함께 선교적 사명이라는 이중의 지점에 그 목적을 두고 있는 것으로서 두 가지 목적이 조화를 이루도록 합일의 지점을 찾아야 하는 데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수반하는 것일지라도 이 두 가지 목적이 합일을 이루는 지점에서 스스로의 비전을 찾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궁극적으로 신암문화원이 진정 지역민을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의 비전을 지역민과 공유하고, 신암문화원의 발전적인 모습을 지역민과 함께 가꾸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문화원 본래의 기능과 목적에 충실하면서 선교의 목적과 기독교의 미덕이 지역민과 공유해야 할 비전속에 스며들도록 노력하면서 지역 사회와 조화를 이루는 신암문화원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간단없이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며, 오랜 역사를 통해 침전된 신암교회의 역량이 결국에는 지금 막 첫걸음을 내디딘 문화 선교의 사역을 훌륭하게 감당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끝으로 다양한 문화 담론들을 소통의 장으로 끌어들이고, 그 현대적 의미를 재구성할 의미있는 포럼 형태의 소규모 그룹의 결성을 제안해 본다. 기성 문화가 순응성에 의해 탄력을 잃어갈 때 진보적인 문화 운동에 의해 문화의 활력을 찾아가는 것처럼 신암문화원이 언젠가 초심이 흐려지고 사물화 되어갈 때 이를 경계하고, 신암문화원에 지속적인 활력이 될 자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것으로 그 구성원은 성별, 나이 등의 다름을 모두 망라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역 문화의 새로운 전기와 발전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어린이 놀이학교 총무 김정훈 집사)